1부. 살둔(殺屯) : 역사 속 은둔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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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내면, 깊은 산세가 첩첩이 둘러싼 산자락 깊은 곳.

내린천 상류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지나면 어느 순간 작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이곳에 마을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될 즈음, 고갯마루 위에 조용히 자리 잡은 곳. ‘사람이 기대어 살 만한 둔덕’이라는 뜻을 지닌 살둔마을입니다.

조선 시대 예언서 《정감록》은 환란을 피해 몸을 숨길 수 있는 일곱 곳의 땅, ‘사칠(四七)’을 말합니다. 그 가운데 강원도 홍천 내린천 상류에 위치한 살둔마을은 세상의 소요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들던 은둔의 땅으로 전해집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세상의 칼날에 신음하던 이들에게 살둔은 지도가 지워진 땅이자, 국가라는 거대한 질서가 닿지 않는 마지막 피난처였습니다.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실패한 이들이 관군의 추격을 피해 숨어들었다는 설부터, 동학 농민 혁명군의 패잔병들이 이곳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와 낫과 곡괭이를 내려놓았다는 이야기까지.

살둔의 흙 속에는 그런 숨소리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